한겨레신문> 오피니어 > 왜냐면
호국보훈의 달…‘채상병’ 진상규명으로 군 신뢰 회복하자
진진화(예)육군 대령 [한겨레 2024년 6월 6일]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친 국가 영웅들을 최고의 품격으로 예우하고 존중하며 기억하는 보훈 문화 조성은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오늘날 점점 더 다양해진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기와 부대 구조 등 하드웨어 측면의 ‘유형 전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장병의 인권 존중 및 정신 전력 증강,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 육성과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무형 전력’ 강화가 특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처럼 우리 군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의 철저한 진상규명 또한 우리 군의 무형 전력을 제고시키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젊은 청년이 국가의 부름으로 군에 입대하여 인명구조를 하다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 현장 조치 대응 부실 등으로 귀한 생명을 잃게 된 사안을 두고, 지금까지 군 수뇌부는 너무나 정략적이고 책임 회피적인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며 우리 군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이렇게 국가에 의무 복무 중인 장병에 대한 관리 부실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사안마저 떳떳하게 처리 못 한다면 어느 누가 호국정신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목숨을 바칠 수 있겠는가? 군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 ‘범국민적 안보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객관적으로 책임질 행동을 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지는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 조직은 상하 관계에 입각한 철저한 명령체계 조직으로서, 군 지휘관의 리더십이 무형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조직 구성원들을 결속시키고 강력한 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장병 상호 간 원활한 의사 소통과 신뢰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전승(戰勝)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치야말로 우리 군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국가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는 병사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보존하여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할 의무도 있다. 징병제 국가에서 이 같은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라도, 의무 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그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 또한 우리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립과 갈등이 날로 심화하는 국제정세 속에 최근 한반도의 상황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계층·이념·세대 간 차이를 넘어서서 한 마음으로 나라를 보호하고 지키는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거창한 구호만으로 달성할 수는 없고, 그동안 우리 군이 주요 사건 발생 때마다 보여준 진실성에 대한 논란과 은폐·축소 의혹을 불러일으킨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선행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뜻 깊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부디 우리 군이 시대 변화에 걸맞도록 장병 개개인에 대한 인격권과 생명권을 존중하는 병영문화 개선을 충실하게 이행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진 강군’으로 탈바꿈하여 작금의 안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43617.html |
|
